저는 베데스다라는 게임 개발사를 사실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만, 베데스다에서 출시했던 게임들의 스타일이 굉장히 제 취향과 맞았습니다. 엘더스크롤 3: 모로윈드부터 시작해서 오블리비언, 스카이림, 그리고 폴아웃 시리즈와 최근의 스타필드까지, 사실상 모든 주요 작품을 구매하며 즐겨왔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베데스다가 정식으로 한글화를 지원해 준 적이 있었나, 뭘 제대로 해준 적이 있었나 따져보면 대부분 유저 한글 패치에 의존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스타필드까지만 하더라도, 출시 전 유출된 정보에서 짜파구리 아이템이나 한글 음성 더빙 파일 등 여러 한국적인 요소들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게임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에는 '개발 방향과 어울리지 않아 모종의 이유로 인게임에서는 볼 수 없게 되었나 보다'라고 좋게 생각하려 했습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엘더스크롤 4: 오블리비언 리마스터의 출시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선을 넘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지역에 지역락을 걸어 구매를 하지 못하게 한 것까지는, 이전 사례처럼 게임물관리위원회(게관위) 심의 문제로 인해 급하게 출시 일정을 잡다 보니 한국 시장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을 수도 있겠다고 이해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게임 구매 후 한국인 스팀 계정에 등록하는 것까지 막아버린 것은 솔직히 선을 넘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경우, 지역락을 통해 현지에서의 직접 구매는 막혔지만 다른 나라에서 구매한 게임 키를 스팀 계정에 등록하는 것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그마저도 안 됩니다. 구매도 불가능하고, 다른 사람이 선물한 게임 키조차 한국인 계정에는 등록하지 못하도록 막아 놓았습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전 세계에서 러시아보다 못한, 일종의 범죄 국가 취급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일들로 인해 사실 베데스다라는 게임 회사에 대한 신뢰도나 그나마 남아있던 애정 같은 것들이 정말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내가 앞으로 스타필드를 하겠냐, 차라리 그 시간에 노맨즈 스카이를 하고 말지'라는 생각이 들고, '스카이림을 하느니 그 시간에 GTA를 하고 만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래서 엘더스크롤 6에 관련해서도, 6년 동안 개발 중이라면 뭔가 보여주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마치 데브캣의 마비노기 모바일처럼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황에 대해서도 답답함을 느낍니다.
최근 며칠 전, 엘더스크롤 4: 오블리비언 리마스터가 게관위 심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베데스다의 최근 행보를 생각하면, 딱히 구매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습니다. 차라리 '혐한'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실망감이 큰 요즘입니다.